고교학점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져,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설계 역량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역에 따라 적용의 현실과 효과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 간 교육 자원의 격차와 인프라의 차이로 인해
고교학점제의 실제 운영 방식과 학생의 선택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은 교육 인프라가 풍부하고 다양한 과목 개설이 가능한 학교가 많습니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은 비교적 폭넓은 과목 선택권을 누릴 수 있으며,
타학교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교육 시스템과 연계된 과목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교사 수와 예산의 한계로 인해 선택 과목 개설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심화 과목이나 특수과목(예: 심화수학, 고급화학, 제2외국어 등)은
개설 자체가 어려워 학생이 원해도 수강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 학생은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을 드러낼 기회가 많아지는 반면,
비수도권 학생은 교육과정 설계에서부터 불리한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불공정 논란의 소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적용 격차
대도시 지역은 다양한 학교가 밀집해 있어 고교 간 공동교육과정, 캠퍼스형 학교운영 등이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집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학생들이 외부 기관이나 대학과 연계된 과목도 수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반면, 농어촌 지역은 학교 수 자체가 적고, 교사도 부족해 기본적인 교육과정 개설조차 어렵습니다.
특히 소규모 학교의 경우, 1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라 고교학점제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교통 여건이나 정보통신 인프라 문제로 인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활용도 제한적입니다.
이는 학생들이 실제로 과목 선택을 '할 수는 있지만 수강할 수는 없는' 현실을 낳고 있으며,
제도의 형평성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3. 지역 교육청 및 학교의 대응 사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역 교육청은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교육청은 '거점학교'를 지정하여 심화과목을 모아 운영하고,
학생들이 이동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지역 대학과 연계해 전문 강사가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온라인 고교학점제 플랫폼을 활용해 타 지역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교사 순회 수업제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여전히 행정적 부담이 크고, 학생에게도 불편함이 따릅니다.
결국 고교학점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별 맞춤형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과목 개설의 최소 기준 보장, 교사 수급 계획, 온라인 학습 인프라 구축 등이 병행되어야 공정한 제도 운영이 가능합니다.
4. 대입 평가와 지역 격차의 반영 문제
대학 입시에서 과목 선택과 이수 내용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면서,
지역 간 교육과정 차이가 학생 간 평가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수도권 학생은 심화과목 이수, 교과 간 연계 활동, 전공적합성 드러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농어촌 학생은 제한된 교육 자원 안에서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대학은 '교육 여건 반영 평가'를 도입하고 있으며,
학교환경정보를 사전 파악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의 성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수험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5. 결론: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위한 과제
고교학점제는 진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훌륭한 취지의 제도지만,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면 그 이점이 공정하게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국 모든 학생이 선택권과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별 교사 배치의 균형, 과목 개설 지원, 온라인 수업의 질적 개선, 지역대학과의 연계 확대 등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고교학점제가 ‘선택의 자유’가 아닌 ‘선택의 차별’을 만드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행정적 뒷받침이 절실합니다.